네 X데로 사세요. 비속어 마케팅이 광고계를 사로잡는다
‘X데’부터 ‘ㅅㅂ김치’까지, 요즘 브랜드들이 비속어를 무기로 꺼내든 이유
네 롯데로 사세요
입에 착 달라붙는 문장 같지만, 어디선가 익숙한 말투가 들리지 않으셨나요?
“네 멋대로 살아라”에서 살짝 비틀어진 이 카피는 롯데카드가 자사의 멤버십 카드를 홍보하기 위해 내세운 문구입니다. 단어 그대로 보면 무난하지만, 발음으로 읽으면 ‘네 X대로 사세요’로 들리기도 하죠. 욕 같지만 욕이 아닌, 그래서 더 자극적인 이 카피는 단박에 이목을 끌었고, SNS에서는 “이거 진짜 이렇게 노렸냐”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ㅅㅂ이라는 이름의 김치?
바로 실비김치 브랜드 ‘ㅅㅂ김치’의 이야기입니다.
진짜 ‘ㅅㅂ’(그거)인 줄 알고 놀란 사람들이 많았지만, 사실은 ‘실비’의 초성을 딴 ‘ㅅ’과 ‘ㅂ’에서 시작된 브랜드명. 하지만 거기에 ‘쓰읍’ 소리처럼 맵고 강렬한 맛을 암시하는 ‘습’이라는 단어까지 결합되며, 이름만으로도 유쾌한 혼란을 유발했습니다.
단어 하나가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 이것이 요즘 MZ 브랜드들의 전략입니다. 일종의 ‘욕할 뻔했지만 안 했다’는 선 넘을 듯 말 듯한 감성 마케팅이죠.
“X 같아도 일해야지”, “개미친 영화”
2024년 가장 과감했던 영화 카피 중 하나,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캐릭터 포스터에서 등장한 이 문장.
지쳐 보이는 주인공의 얼굴 위에 박힌 이 한 줄은, 대중들의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낚았습니다.
그리고 서브스턴스의 영화 포스터에서는 “개미친 영화”라는 문장이 등장했죠. **‘개미친’**은 흔히 ‘개미쳤다’의 축약어로, 엄청나게 대단하거나 말도 안 되게 웃기다는 의미로 자주 쓰입니다. 욕이 아닌 듯 욕 같은 느낌, 하지만 딱 보면 눈에 꽂히는 자극적인 키워드입니다.
왜 브랜드들은 ‘비속어 느낌’을 쓰기 시작했을까?
이런 표현을 브랜드에서 꺼내는 건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1. 짧고 강하게 ‘쳐다보게’ 하라
플랫폼 알고리즘이 ‘머무는 시간’에 민감해진 시대. 스크롤을 멈추게 만드는 건 바로 센 단어입니다. 누가 봐도 한 번쯤 되새김질할 수밖에 없는 문장을 만드는 게 핵심이 된 것이죠.
2. MZ는 유쾌한 혼란을 즐긴다
욕 같지만 욕은 아니고, 센 것 같지만 재미있는. 이런 경계선 위에 선 유머는 MZ세대가 좋아하는 밈(Meme)과도 연결됩니다. 이들은 “이거 욕 아닌데?” 하며 웃고, 공유하고, 결국 브랜드 기억까지 이어지죠.
3. 좋아요보다 ‘댓글’을 유도하는 전략
공유도 좋지만, 논쟁과 대화를 유도하는 카피는 더 강력합니다. ‘비속어 느낌’은 갑론을박을 불러오고, 이 과정 자체가 브랜드 노출의 수단이 됩니다.
이 전략, 누구까지 쓸 수 있을까?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성공 여부는 갈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뢰 기반의 금융, 교육, 의료 분야라면 이런 표현은 되려 역효과가 날 수 있겠죠. 반면, 식품, 영화, 패션, 캐주얼한 디지털 브랜드라면 오히려 센 표현이 경쟁력을 높이는 무기가 됩니다.
마무리 한 줄
"욕 같지만 욕 아니야.
근데 눈에는 띄고, 마음엔 박히지."
비속어를 곧이곧대로 쓰는 게 아니라, 비속어의 ‘느낌’만 차용하는 시대.
브랜드도 이제 말을 곱게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말을 대담하게, 그러나 정교하게.
이제,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말을 꺼낼 차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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