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지구를 떠나려 하는가?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이 낳은 질문들
“2050년, 우리는 화성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이 말이 허황되게 들렸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본격적으로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실제 로켓 발사를 거듭하면서 인류는 ‘화성 이사’라는 상상을 점점 현실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말 화성으로 갈 수 있을까? 그리고, 가야만 할까?
누가 화성을 노리는가?
과거 우주 탐사는 NASA와 같은 정부기관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민간 기업, 그중에서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는 화성에서 인류 문명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인간을 화성까지 보낼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화성 도시 건설과 자급자족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화성, 이사 가기엔 너무 먼 집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화성은 생각보다 훨씬 살기 어려운 곳이다.
- 기온: 평균 -63도, 지구와 비교하면 냉동 창고 수준
- 대기: 95% 이상이 이산화탄소, 산소는 거의 없음
- 중력: 지구의 1/3, 장기 체류 시 근육 및 골밀도 약화 우려
- 방사능: 지구처럼 자기장이 없어, 우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
- 모래폭풍: 시속 160km 이상, 수 주간 지속되기도 함
스페이스X는 인당 약 5억 원이면 화성 이주가 가능하다고 발표했지만, 다수의 과학자들은 수백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빌 게이츠는 이 계획을 두고 “그 돈이면 지구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설령 우리가 화성에 도착한다고 해도, 살아남는 것이 문제다.
- 산소 문제: NASA가 개발한 산소 변환 장치는 10시간 작동시켜야 5분 분량의 산소를 얻을 수 있다.
- 물 문제: 화성 남극의 얼음, 대기 중 수증기를 모아 활용하는 기술이 연구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에는 갈 길이 멀다.
- 식량 문제: 영화 <마션>처럼 감자를 키우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NASA는 우주정거장에서 상추 재배에 성공했지만, 지구 수준의 식량 자급은 요원하다.
- 거주 문제: 모래폭풍과 방사능을 피하기 위해 돔형 기지나 지하 벙커 형태의 주거지가 검토되고 있다.
누구의 땅인가?
기술과 생존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윤리와 법의 문제다.
화성에 사람이 살게 된다면, 그곳의 법은 누가 정할까?
스페이스X는 "화성은 지구의 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말은 단순히 상징적인 선언이 아니다.
화성에서 자원이 발견되었을 경우, 독점 문제나 국가 간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
이 부분은 아직 국제적으로도 아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럴 기술이 있다면, 굳이 화성까지?”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 아메오 발비는
“화성에 가는 데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그 기술로 지구를 살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냉소가 아니다. 현재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 환경 파괴 문제를 방치한 채 새로운 행성으로의 도피가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결론: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화성은 가능성이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오만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가 화성을 꿈꾸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지구에서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기술은 우리를 우주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지혜는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구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지금, 떠나기 전에 고쳐야 할 집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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