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머니, 그 돈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전 국민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지금, 노인 인구의 급증과 함께 조용히 떠오르고 있는 사회적 위기가 있습니다. 바로 ‘치매 머니’입니다. 일본에서 먼저 문제화된 이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치매 머니란 무엇인가?
치매 머니란 치매를 앓고 있는 고령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 자산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없어 계좌 접근이나 재산 처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자산이 동결되어 사회 전체의 자금 흐름을 막는 현상, 이것이 바로 치매 머니의 핵심입니다.
얼마나 심각한가요?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124만 명. 이들이 가진 금융자산은 약 154조 원에 이릅니다. 이는 우리나라 GDP의 6%를 넘는 규모로,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돈맥경화’ 현상입니다. 더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 2030년: 약 178만 명
- 2040년: 약 285만 명
- 2050년: 약 396만 명
이렇게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보유한 자산 역시 2050년까지 약 48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 문제인가요?
1. 범죄의 표적
고령자가 자산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게 되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2021년에는 간병인이 치매 환자 계좌에서 12억 원을 빼내는 사건이 있었고, 2022년에는 한 남성이 환자의 손자인 척하며 1억 4100만 원을 편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2. 사회·경제적 손실
은행은 고객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판단하면 거래를 제한합니다. 이로 인해 자금이 소비나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묶여’버리며, 사회 전체의 경제 흐름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것이 ‘돈맥경화’의 정체입니다.
해결책은 없을까?
가족신탁 제도
치매 발병 전,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자산을 미리 맡기는 제도입니다. 관리자는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해야 하며, 교육비·부동산 등 목적이 정해진 항목만 사용 가능합니다. 자산의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감시인을 따로 지정할 수도 있어요.
교육자금 증여신탁
자녀·손주의 교육자금을 목적으로 자산을 은행에 신탁하면, 학교비용은 1억 5000만 원, 학원비는 5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됩니다. 자녀의 결혼·임신·출산·양육까지도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 손주세대를 위한 자산 이전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공신탁 제도 (시범 운영 중)
정부가 자산을 대신 관리해주는 제도로, 현재는 시범 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용률이 낮은 ‘치매 공공후견인 제도’와 함께 확대 도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례는?
일본은 이미 치매 환자의 금융자산만 약 1230조 원, 이는 자국 GDP의 2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2035년에는 약 2150조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본은 다양한 공공신탁 제도와 사회적 대처 방안을 마련해가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자산이 묶이고, 범죄의 표적이 되고, 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는 ‘치매 머니’ 문제. 지금 우리가 어떤 제도를 선택하고,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사회 안전망이 달라질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