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한 폰트 당신은 쓰실 건가요?
물감 한 방울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 환경을 구하는 가장 작은 영웅, ‘폰트’의 이야기
‘프린트’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 지구가 숨을 죽인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겁니다. 회의 자료, 보고서, 초안 출력...
하지만 그렇게 인쇄된 종이의 절반 가까이는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쓰레기통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잉크? 한 해 15억 개 이상의 카트리지가 소비되며, 그것들이 완전히 분해되기까지는 천 년이 걸립니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넘기는 이 인쇄의 ‘순간’은, 지구에는 천 년짜리 부담일 수 있습니다.
비워낸 글자, 가득 찬 의미 – 친환경 폰트의 등장
이런 문제의식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잉크를 아끼는 폰트’입니다.
영국의 라이먼(Lyons)이 모노타입과 협업해 만든 ‘라이먼 에코 폰트’는 글자의 중심을 절묘하게 비워내 잉크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일반 폰트처럼 자연스럽게 읽히는 타이포그래피 실험이었습니다.
‘번짐’을 디자인 요소로 끌어들여, 덜 찍혔지만 더 선명하게 보이는 기적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죠.
이후 등장한 캐나다 이노션의 산스 웨이스트(Sans Waste)는 이를 더 극단적으로 발전시켜 최대 48%까지 잉크를 절약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글’은 없을까?
이토록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왔건만, 여전히 우리는 이 폰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한글은 빠져 있으니까요.
한때 네이버에서 공개한 ‘나눔 글꼴 에코’가 있었지만, 큰 글씨로 인쇄했을 때의 미적 불균형, 그리고 디자인 완성도의 한계 때문에 널리 쓰이지는 못했습니다.
이쯤 되면 묻게 됩니다.
“우리는 왜 아직도, 환경을 위한 한글 폰트를 갖지 못했을까?”
디자이너여, 이제 당신이 세상을 구할 차례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히 글씨를 예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디자인이 소비를 바꾸고, 소비가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실현하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한글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복잡하며 풍성한 구조를 가진 문자입니다.
그만큼 더 어렵지만, 더 창의적인 해법을 요구하는 도전의 언어입니다.
지금, 디자이너들의 감각과 기술, 브랜드의 의지가 모인다면
‘한글 친환경 폰트’는 분명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글꼴’을 넘어
지구를 지키는 한국형 디자인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잉크 한 방울, 폰트 한 글자.
당신이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한 건 그 정도일지도 모릅니다.
“더는 물어서는 안 됩니다. ‘그게 되겠어?’라고.
지금은 이렇게 묻고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만들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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